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급속도로 붕괴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골드만삭스의 잘못된 자문이 있었다고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SVB 초고속 파산은 골드만삭스 탓이다?
SVB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보유 예금과 자산이 늘자 스타트업이 맡긴 예치금으로 미국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고객사들의 예금 인출 수요가 높아졌다. SVB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매각했지만 대부분 미국 국채로 구성돼 1818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고금리로 국채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SVB 경영진은 골드만삭스에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양측은 지난달 말부터 약 10일 동안 대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10일 후인 지난 8일 SVB는 18억달러의 채권 매각 손실과 증자 소식을 발표했다.
양측의 논의가 시작됐을 때 SVB 임원들은 사모펀드인 '제너럴애틀랜틱(GA)'과 '워버그핀커스LLC'를 잠재적인 투자자로 하는 자본 조달 계획서를 골드만삭스에 제시했다. 당초 SVB 측은 지정 대상 주식 발행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기를 원했지만 골드만삭스는 공모와 사모를 혼합한 방식으로 22억5000만달러의 증자를 제안했다. 워버그는 공모가 포함된 제안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며 지난 5일 의사를 철회했다.
SVB는 210억달러 규모의 매도가능채무증권(ASF) 포트폴리오 구매자도 물색 중이었는데 결국 골드만삭스가 이 포트폴리오를 인수했다.
GA는 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SVB는 17억5000만달러를 추가로 조달해야 했다.. 골드만삭스는 GA가 주도하는 공모주식 발행이 유일한 옵션이라고 자문했다. 또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SVB 신용 등급 강등을 고려하고 있고 주말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매각과 주식 매각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SVB는 8일 장 마감 후 매수자를 공개하지 않은 채 포트폴리오 매각으로 18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개했고 주식 매각 계획도 밝혔다. SVB는 발표 후 상황이 악화될 것을 대비해 투자은행인 '센터뷰파트너스'를 사전에 고용했다.
발표 직후 시장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시간외 거래에서 SVB 주가는 8% 하락했다. 하지만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가상자산 전문은행인 실버게이트캐피털이 예금 고갈로 청산을 발표하며 분위기가 급격히 나빠졌다.
그리고 다음 날인 9일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SVB 주가는 폭락했고 고객들은 대규모 인출에 나섰다. 뱅크런에 대한 소식이 확산되며 주가는 더욱 떨어졌고 더 많은 고객이 예금을 인출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종가보다 11달러 낮은 95달러에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그러나 SVB 변호사들이 예금 손실에 대한 정보 공개 없이 거래를 진행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골드만삭스는 거래를 포기했다. 다음 날 개장 전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은행에 압류 조치를 내렸다. SVB는 자금 위기 공개 후 불과 36시간 만에 붕괴했다.
WSJ는 "SVB의 발표에 시장이 격렬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겠지만 골드만삭스의 계획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쁜 소식이 연달아 들리면 신뢰 위기가 촉발돼 은행이 빠르게 몰락할 수 있다는 위험을 과소평가했다"라고 전했다.
'경제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 15일, 비트코인 상승 이유...은행 역할 부정적, 연준 금리 동결 (0) | 2023.03.18 |
---|---|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점에 대한 의견 종합 정리 (0) | 2023.03.18 |
K배터리 혁신 신기술 총출동 '인터배터리 2023' 현장...LG엔솔 삼성SDI SK온 (0) | 2023.03.17 |
5대 은행, 희망 퇴직자에 1인당 5.4억 지급...예대 금리차 덕분? (0) | 2023.03.17 |
뉴욕 스타트업 ‘아모지’ 우성훈 대표, 세계 첫 ‘암모니아 연료 트럭’ (0) | 2023.03.17 |
댓글